2009/12/22 14:59

보안 프로그램에 감사하며

많은 분들이 웹으로 은행 업무를 보거나 구매를 할 때에 깔리는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에 분노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버전별로 충돌한다거나 아까운 자원을 잡아먹고 왠지 귀찮아서 짜증나는 거 사실입니다.

그래도 여러분, 혹시 피씨방이나 친구 컴퓨터에서 그런 보안 프로그램 깔지 말고 은행 업무를 보라고 하면 하겠습니까? 저는 무서워서 절대 못합니다. 아니, 내 통장에 들어있는 돈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질지 누가 알고 내 비밀번호를 입력합니까. 그런 때에는 x프로x트 같은 키보드 프로그램이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은행에서 공짜로 뿌려주는 백신도 한 번 돌려주고 나서 해야 믿을 수 있죠.

여러분들은 남의 컴퓨터에서 작업을 절대 안하는 건 아니겠죠. 그 때마다 사용자가 저런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치하고 백신을 깔려고 하면 참 번거로와서 안 까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 때마다 노리고 있던 해커가 '얼씨구나'하면서 보안 사고가 뻥뻥 터진다고 해보세요. 당장 피해액만 해도 천문학적인 사회 문제가 터질 겁니다.

돈 많은 유럽이나 미국에서야 그냥 자기 컴퓨터를 쓴다거나 랩탑을 들고다니면서 쓰면 그만이겠지요. 미국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아무렇지 않게 17인치 파워북을 들고 다닐 때,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12인치짜리만 들고 다녀도 어깨가 욱신거리는데, 서양인들은 다르구나 싶더군요. 아니, 그 문제 이전에 파워북을 살 돈이 없어요. 아이들이 용돈 들고 한 피씨방에 모여서 정답게 욕지거리를 주고 받으며 온라인 게임을 하는 풍경은 동아시아 쪽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그런 면에서 핸드폰이 아주 편한 환경이긴 합니다. 애당초 불법 다운로드를 받아서 근본도 모르는 놈을 냅다 설치하고 여러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돌리거나 여러 사람이 돌려서 쓰는 환경이 아니니까 보안 걱정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물론 불법 천국인 윈도 모바일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MS는 모바일까지 데스크탑처럼 무법 천국으로 만드는 마법의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강제적으로 이런 프로그램들을 깔도록 한 건 한국의 인터넷 사용 패턴을 볼 때에, 분명히 적합한 면이 많다고 봅니다. 물론 이런 제품의 현실적인 제약으로 생기는 문제들에는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특히 비주류 전산 환경에서 쓸 수 없다는 건 정말 치명적인 문제죠. 그렇다고 해서 이런 보안 프로그램들을 없애야 한다는 데에는 반대합니다. 옷이 불편해서 해커앞에 발가벗기겠다는 말이거든요. 그러니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겠습니다.

결론: 까짓거 액티브 엑스를 쓰지 말고 생짜 프로그램으로 가버려도 저는 좋습니다. 오히려 그 편이 편하게 보안 기능도 내장할 수 있죠. 그리고 맥이나 아이폰용 뱅킹 프로그램을 앞으로 많이 만들어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응?)

덧글

  • Skibbe 2009/12/22 15:12 # 답글

    문제는 기보드 보안프로그램들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거죠.

    가장 기본적인 키로그 프로그램도 돌아가던걸요...
  • 서린 2009/12/22 15:15 # 답글

    어떤 키로거가 되던가요? url이나 제품 명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돌파 할 수 있는 툴이 존재한다고 해도, 방어 도구의 존재가치가 사라지진 않습니다.

    :'열 포졸이 한 도둑 못 잡는다'는 말이 있지요. 그렇다고 해서 포졸이 제 역할 못한다는 얘긴 하지 않습니다.
  • 최종욱 2009/12/22 15:31 #

    기보드는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농담입니다. 죄송...)
  • chatmate 2009/12/22 23:54 # 답글

    자동설치와 강제(필수)설치는 구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동설치야 캔슬할 수 있지만. 필수로 설치해야 하는 강제설치는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법이니까요.
  • 최종욱 2009/12/22 23:56 #

    당연히 거기에 대해서는 다른 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모든 법적 책임을 사용자가 안고 가겠다고 밝히면 알아서 하라고 하도록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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