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0 01:26

캐피탈리즘 2: 위기와 기회

위기와 기회, 우리가 항상 고민하는 문제다. 지금 가진 돈으로 주식에 투자를 하면 돈이 많이 모일까? 적금을 하면 안전할까? 사업을 하는게 나을까, 아니면 월급쟁이로 사는게 나을까? 학계로 나가는 게 좋을까, 업계로 나가는 게 좋을까? 이 모든 질문들이 결국은 위기와 기회 사이의 갈등이 아닐까 싶다.

이런 질문을 지고 살면서, 결국은 '자본주의'가 이런 가치 결정의 배경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시대정신'이라는 영화를 보고서, 자본주의에 대해 많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경영학 원론과 회계학 원론 수업을 들으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흥미도 붙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의 개발 능력으로 사업을 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돈을 투자해서 직접 경험하기는 위험하고, 간접적으로 경험해볼만한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고 있었다.

나는 문명, 심즈와 같은 류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한다. 관련 게임들을 찾아보니, 이제는 고전 게임의 반열에 오른 캐피탈리즘 2라는 게임이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이름부터가 '자본주의'라니, 딱 맞아 떨어질 것 같지 않은가! 미국의 명문 대학에서 부교재로 쓰이기도 했다니, 충분히 교육적이기도 할 것 같았다. 어차피 영어 교재로 경영 수업도 들으면서 경영 자료를 읽는 방법과 아주 기초적인 경영론은 알기 때문에 거칠게나마 시작할 수 있었다.



게임의 세부적인 내용은 넘어가기로 하자. 초기 자본금이 약 10억원 정도 된다. 이 돈으로 회사를 세워 많은 돈을 벌면 된다. 소매, 연구, 채광, 목축, 농경, 가공, 주식, 인수, 매각, 대출, 광고, 재고관리, 부동산, 방송 등의 아주 다양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다.

연습 모드를 몇번 해보고, 실전 모드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아무런 기술 없이 모조리 반도체 사업에 부었는데, 망했다. 주식에 손대도 망했다. 연구에 손대도 망했다. 서너번 게임오버 화면을 보고나니 참 열받았다.

그래서 일단 소매에 손을 대니까 망하지는 않고, 돈이 모이기 시작했다. 수요와 공급을 잘 지켜보면서 해나가는데, 점차 경쟁자가 생기면서 이익이 박해졌고, 결국은 망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소매를, 그 다음에는 곧 내가 가격과 품질을 제어할 수 있는 공장으로 넘어갔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많은 이익을 내고 인기를 얻자, 독점을 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자원 채굴을 시도했더니 유전 유지비가 많이 들어서 망했다. 자원 사업에 손을 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음에는 꾸준히 돈을 모아, 자원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독점적으로 판매를 하면서 많은 이익을 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제품 판매량은 점차 줄어들었다. 뒤이어 들어오는 기업들도 이익을 줄이는데 단단히 한 몫을 했다. 미칠듯이 불린 판매/생산 부서들은 이제 오히려 돈만 축내는 조직으로 바뀌어 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차별화를 해야한다. 판매/생산 부서를 과감히 절반을 줄이고 광고와 훈련에 돈을 부었다. 하지만 그 공백을 메워줄만한 후속 사업이 없어서 뒷받침하기가 빠듯했다. 그래도 초기에 벌어둔 자본으로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었다. 사업은 다시 안정을 찾았다.



물론 잠시 가상의 세계를 경영한 것이지만, 정말 큰 가르침을 배울 수 있었다.

자신의 규모에 맞는 위험만을 감수하라. 위기는 마치 파도와 같고, 자본은 마치 배와 같다. 작은 배는 파도가 잔잔한 연안에서나 고기잡이를 해야지, 대양으로 나가면 큰 파도에 뒤집어지기 십상이다. 자기 규모에 맞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본금이 1억도 안되면서 주식/부동산에 손을 대면 그건 완전히 미친 짓이다. 그보다 나은 중소기업 사업은 최소한 5천은 있어야 하고, 소매가 그나마 자본금이 제일 적게 든다. 그것도 안된다면 안전한 월급쟁이와 공무원이 최선의 선택이다.

주변의 많은 또래의 직업 군인, 대학생, 직장인 이웃들이 금융 상품에 손을 대면서 큰 손실을 겪는 모습을 봤다. 그 때는 그냥 환경이/운이 나빴겠지, 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결코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얼마 이익도 보지 못하는 데에다, 최악의 상황에서 몇년을 기다릴 수 없어 현금으로 바꿔야하는 그러한 환경은 필히 손실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역시 나와 같은 개인이 어느 정도 돈이 모일 때 까지는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이 최고다. 나는 그 안전한 길이라는 것이, 항상 공무원이나 의사, 월급쟁이를 뜻하지는 않고, 소자본 창업에도 적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내가 감수할 수 있는 규모의 사업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이다. 정신 차리고, 기운 내서 시작해야겠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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