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4 13:35

내가 마시는 커피

나는 일반인들보다 무려 50%를 더 지불하고 고급 커피를 찾는 된장남이다. 나는 소중하니까. 물론 그래봐야 150원이다. 50원의 사치를 만끽하면 꼭 수업시간에 들어가거나 키보드를 잡고 숙제를 한다. 누가 커피를 기호품이라고 했던가, 이건 기능성 음료다. 전에 일하던 곳에서는 공복에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졸린 눈을 비비기를 몇 개월 반복하니, 속이 쓰려서 김치도 못 먹을 정도였던 적이 있다. 자판기 커피를 마실 때마다 그 때 생각이 나기도 한다.

우리가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는, 일단 한 번 볶고 가루낸 것이다. 다시 말해 쌀로 밥을 지은 상태와 비슷한데, 이걸 몇달을 바깥에 보관하다 보니, 잡내가 뒤섞이고 맛도 날아가거나 쉬기까지 한다. 그래서 블랙을 먹으면 구린내까지 난다. 이걸 일단 어떻게든 참고 먹을 수 있도록 설탕과 싸구려 크림으로 범벅을 한다. 그렇게 나온 것이 바로 내가 고른 설탕밀크커피. 간신히 한 잔 쭉 들이키고 수업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머그잔으로 나온다고 해도 절대 다 마시지 않겠지만.

나는 은은하고 순수한, 아메리카노 커피가 좋다. 내가 누구와 커피샵에 가더라도 고르는 커피는 원두 아메리카노 하나 뿐이다. 몇 배가 되는 다른 커피의 가격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인색해서인지 싶기도 하지만, 얻어먹을 때에도 고르는 걸 보면 그건 아니다. 크림을 듬뿍 얹고 시럽을 뿌린 커피를 마시다 보면 왠지 헛구역질이 나는 듯 싶다. 아무 것도 더하지 않은, 순수한 커피 향이 좋다.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 게다가 속에 부담도 주지 않아서 내 취향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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