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나무 이야기

군대에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저는 전산병으로 근무하면서 출퇴근을 했습니다.

여름 날, 유독이 빨간 나무 한 그루를 보았습니다.
그 나무는 이파리가 젊은 혈기가 생글생글 맺혀있듯
벌레 먹은 곳 하나 없이 싱그러운 빨간 색이었습니다.

그 친구와 똑같은 종의 나무들은 하나같이 초록 색인데,
혼자서 봄을 가을이라 착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거 참 독특하다, 라고 생각하고 지나쳤습니다.

장마가 지나고, 태풍이 불어 가을이 다가올 무렵이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하나 둘 씩 잎을 떨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친구는 활기찬 붉은 빛을 뽐내더군요.
어찌 그리 쌩쌩한지,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모두들 나뭇 잎을 떨구고 겨울 준비를 할 때 즈음,
그 나무는 어느날 갑자기 초록 빛으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세상에 나뭇잎이 붉은 색에서 초록 색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어쩜 그리 청개구리 같은 녀석인지,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이 친구는 슬슬 잎을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늦게도 내려놓는다, 하면서 피식 웃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년에 건강할지 어떨지 참 걱정이 되더군요.

다음 해의 봄이 되자, 이번에는 다른 친구들과 같이 새싹을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마음 졸이며 보냈던 겨울 마음도 눈을 따라 녹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나무를 뒤로 하고 군대에서 나왔습니다.

이맘 때가 되니,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신기한 나무 한 그루가 생각납니다.
그 나무는 그 자리에 아직 잘 있는지 가끔 궁금합니다.

그 나무를 볼 때마다 항상 한 박자 늦던, 사랑하던 친구 얼굴이 보였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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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욱 | 2008/04/06 02:36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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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enim at 2008/04/06 13:41
식목일이라 나무생각이 더욱 났었나보네 ㅎㅎ
요즘 잘 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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